중국 비전 무술 수련법인 철비박 수련법에 대해 알아보자.
한창 뛰어 놀던 시기인 사춘기 고등학교 때 나는 남들보다 비쩍 마른 허약 체질이었다. 그러다 보니 반대 급부로 남들보다 강해지는 무술에 관심이 많아서 시중 서점의 웬만한 무술 서적은 거의 다 사 보았었다.
물론 무술을 책으로 익히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무술을 익히는 것보다는 새로운 무술을 알게 되는 지식적인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당시는 성룡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나타나서 중국 무술 붐이 일던 시기이기도 했다.
하여간 그렇게 무술 서적을 사 모으다 보니 나의 책장엔 지금은 절판된 희귀본도 있다. 당시는 많았던 무술 서적 중에 지금은 볼 수 없는 책도 많다. 그런 책들을 사 두었으면 소장 가치가 있었을텐데 아쉽다.
당시 구입한 책 중에 혈법책이 있었다. 혈법은 상대의 급소를 공격하여 상대를 제압하거나 반대로 위급한 상황에 빠진 이의 혈도를 눌러 구해주는 무술이다.
그런데 이책에는 혈법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은 찾기 힘든 중국 고전 비기 무술도 실려 있었다. 무술의 유파라기 보다는 특별 수련법들이라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당시 책에서 본 수련법으로는 철비박, 선인장, 일지선, 철사장, 당랑조수, 장풍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중에 철비박 수련법을 이야기 해 본다. 지금도 수련하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렵법이다.
철비박 수련법 기초단계
철비박 수련법은 자신의 팔등을 무쇠같이 단단하게 하는 수련이다. 이를 위해 팔등을 단단하게 단련해야 한다. 단련하는 방법은 처음엔 무른 것을 팔등으로 치는 것으로 해서 나중에는 돌을 치는 단계로 발전 시키는 것이다.
나무 기둥을 팔등으로 치는 데 처음엔 가능한 울퉁불퉁하지 않은 나무를 친다. 그래도 나무이기에 약간씩은 울퉁불퉁하다. 그래서 팔이 아플 밖에 없다. 이걸 참고 몇 개월 계속 치게 되면 나중엔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만큼 단단해진 것이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넘어 간다.
철비박 수련법 중간단계
기초 단계가 익숙해 졌으면 다음 단계로 나간다. 이번에는 나무 등걸이 울퉁불퉁한 곳을 찾아 팔등으로 치는 것이다. 처음엔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이것도 계속 치다가 보면 아프지 않게 된다.
아프다고 가볍게 치는 것이 아니다. 힘을 다하여 쳐야 한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나면 중간 단계를 졸업하는 수준이 된다.
철비박 수련법 고급단계
중간 단계를 졸업 했다면 이젠 돌기둥을 쳐야 한다. 동기둥을 꾸준하게 치게 되면 나중에는 돌이 부서질 정도의 파워를 가지게 된다. 그 경지에 이르면 철비박 수련은 완성이 된 것이다.
실은 지금도 비슷한 수련을 하는 무도인들은 많다. 유튜브에 보니 택견의 고수들이 손등으로 화강석판을 부수는 장면을 많이 있다. 이것도 처음엔 힘들겠지만 꾸준히 수련을 쌓으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그 수련도 처음엔 당연히 부드러운 것으로 해서 점점 단단한 것으로 수련을 해 나갔을 것이다. 결국 원리는 같다. 문제는 그 완성의 시간이 매우 길다는 것일뿐.
현대무술과의 차이
현대 무술이라고 하는 것기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나 권투나 격투기 같은 것들은 비교적 근, 현대에 생기고 발전해 왔다. 이런 무술이 고전 무술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과학적 수련을 한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오랜 시간 팔등을 나무에 부딪혀 가며 수련한다 한들 권투의 스트레이트 한방에 쓰러질 수 있다. 즉 인체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수련에 대한 합리적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전 무술, 특히 중국 무술은 보여주기 식의 무술이 많다. 그렇다 보니 동작은 크고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 이른바 붕붕 훅을 아무리 날려 봤자 운동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을 맞추기는 힘들다. 중국 무술이 그런 식이다.
언젠가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살면서 크리스마스 씰을 처음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결핵균 퇴치에 큰 역할을 하신 미국 선교사님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이분의 아버지가 조선에 선교사로 오셔서 조선땅에서 이분을 낳은 것인데 이분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쓴 대목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이분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결혼하고 얼마 안되어 조선으로 왔는데 처음 왔으니 조선의 여러 곳을 관광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는 청일 전쟁의 시기였다.
그분의 아버지는 당시 중국군과 일본군이 전투를 벌인 대동강 유역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중국 군사들의 시신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죽은 중국 군사들을 보니 커다란 부채, 휘두리기도 힘든 큰 칼 등, 화려한 무기들을 쥐고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아버지는 중국이 왜 전쟁에서 졌는지를 알았다고 회상했다 한다.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기 때문에 전쟁에서 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국 무술이 한때 신비롭게 비쳐졌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 보니 가장 허약한 무술이라는 것이 밝혀 졌다. 철비박 같은 수련도 마찬가지다. 그런 수련을 몇 년간 해서 무쇠 같은 팔등을 만드는 시간에 차라리 권투나 태권도를 익히면 훨씬 실전에 이용이 가능하다.
철비박이나 기타의 고전 무술 수련법은 무술로서의 가치 보다는 지나간 문화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혈법책이 내 책장에 있지만 고이 보관만 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