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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사다리

견유학파 디오게네스의 일화

해피한 날들 2020. 10. 21. 23:59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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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유학파의 거장 디오게네스

     

    <견유학파 디오게네스>

     

    그리스 시대에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견유학파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개처럼' 돌아다닌다 해서 견유학파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개같이' 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행복은 덕스런 생활에 있으며 덕스런 생활이라는 것은 외부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생활을 위해서 제도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살 것을 권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거지같이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생활했습니다. 

     

    그런 생활은 궁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히 금욕적인 자세를 중요시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후에 스토아학파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들 중에서 특히나 유명한 사람이 디오게네스입니다. 그가 어떻게 자유롭게 살았는지 보겠습니다.

     

    자유로운 영혼, 디오게네스의 일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 간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촌철살인의 맛이 있습니다.

     

    <알렉산더에게 비키라고 말하는 디오게네스>

     

    알렉산더 대왕과의 일화는 유명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알렉산더가 전쟁을 하러 가는 길에 디오게네스가 있는 지역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의 명성을 들었던 터라 대왕은 디오게네스를 찾아갔습니다.

    "나는 알렉산더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해주겠소. 무얼 원하시오?"

    그러자 대왕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디오케네스가 말했습니다.

    "나의 소원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조금만 비켜 주십시오. 당신이 나의 태양을 가리고 있습니다."

     

    "나는 내게 무언가를 준 사람에게는 꼬리를 흔들고, 나를 거부하는 이에게는 짖으며, 나쁜 사람은 물기 때문이다."

    디오게네스가 스스로를 개라고 부르면서 한 말이라고 합니다.

     

     

    <등불을 들고 대낮에 시장을 돌아다니는 디오게네스>

     

    하루는 사람이 붐비는 시장에 대낮에 갔습니다.

    그런데 손에 등불을 켜고 돌아다녔습니다. 이를 본 어떤 사람이 대낮에 왜 등불을 켜고 다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대답했습니다.

    "사람이 안 보여서 사람을 찾고 있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사람이 안 보이다뇨?"

    "사람이라고 다 사람인가?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또 한 번은 부잣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은 디오게네스가 행여라 집안을 더럽힐까 봐 침을 뱉지 말아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헛기침을 하더니 주인의 얼굴에 침을 뱉었습니다.

    놀란 주인에게 한 말이 걸작입니다.

    더 더러운 곳을 찾지 못해서라고 했답니다.

     

    비록 철학자이지만 개처럼 돌아다니는 디오게네스를 무시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들이 어떤 연회장에서 디오게네스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디오게네스를 놀리려고 그에게 뼈다귀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개처럼 그들에게 오줌을 갈겼다고 합니다.

     

    당시 같은 시대를 살던 플라톤의 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 사상을 설파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즉 모든 것의 진짜 모습은 하늘에 있고 지상의 것은 그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이데아를 그리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야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디오게네스가 플라톤의 집에 가보니 집이 고급스러웠습니다. 디오게네스는 그답게 플라톤의 집에 깔린 고급  카펫을 더러운 발로 마구 밟고 다녔습니다. 이데아 사상을 주장하며 지상에서 호의호식하는 가식을 꾸짖은 것입니다.

     

    <물가의 소년을 보고 밥그릇을 던져 버리는 디오게네스>

     

    어느 소년이 물가에서 손으로 물을 떠마시고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재산인 나무 밥그릇을 던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한탄했습니다.

    '아, 내가 아직도 이런 것을 들고 다니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단 말인가!'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아들이 디오게네스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아들을 시켜 집 나간 아들을 찾아오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도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이 직접 디오게네스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도 디오게네스의 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원 안의 사람이 디오게네스>

     

    지금 시대에 디오게네스처럼 살라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을 배우는 것은 가능합니다.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산다고 해도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개처럼' 살아야지만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요. 관습과 권위에 눌리지 않는 삶을 산다면 자유롭게 사는 것일 겁니다. 그건 진지한 성찰과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하고 대낮의 시장에서 등불을 들고 다닌 디오게네스!

    논어에도 군군신신부부자자라고 하였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바로 하라는 말입니다.

    비록 개처럼 지냈지만 그야말로 가장 주인다운 삶을 살아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시절보다 훨씬 많은 걸 가지고 살고 있는 현대이지만 때론 '개처럼' 자유롭게 살다 간 디오게네스가 부러운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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