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사다리

모래, 물거품 - 칼릴 지브란의 잠언시

by 행복해 지는 곳 ^*;*^ 2020. 10. 15.

모래, 물거품

 

 

 

청춘의 열병을 앓던 대학 시절, 친구가 선물해준 책입니다.

예언자의 작가 칼릴 지브란이 지은 잠언 시집입니다.

레바논 출신의 시인이자 화가였고 사상가였던 칼릴 지브란!

그의 글들은 모두가 한 편의 시이며 인생의 잠언들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 중에
영혼을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글이 있었습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습니다.

그 책을 한 줄 한 줄 전율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그 책을 부여잡고

니체의 한마디 한마디에 같이 웃고 같이 울었습니다.

좋은 글을 만나면 탄성이 나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을 때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영혼의 울림이 강하여 탄성을 내는 것도,
무릎을 치는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분명 위대한 책입니다.

그 당시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그만큼 니체의 글은 강렬했습니다.

때론 영혼을 쪼개고 때론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때론 영혼을 격분시키고
또 때론 영혼을 눈물로 적시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위험합니다.

오죽하면 니체를 가리켜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했을까요.

 

그에 반해 칼릴 지브란의 책은

니체와 비슷한 잠언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니체의 글보다는 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칼릴 지브란의 글을 읽으면 차분해집니다.

 

 

 

 

니체의 글이 호수에 바위를 던져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칼릴 지브란의 글은 조약돌을 던져
잔잔히 동심원을 일으킵니다.

잔잔하게 소리 없이, 그러나 깊은 곳까지...

 

모래, 물거품은 칼릴 지브란의 잠언시입니다.

몇 구절을 옮겨 봅니다.

그의 고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올 수 있으니까요.

 


 

이제야 비로소 나 자신,

생명의 우주 속에 불규칙하게 떨고 있는

한 조각임을 알았습니다.

 

오늘 나는 내 자신이 바로 그 우주라는 것,

율동적인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든 생명은

이제 내 안에서

고동치고 있음을 압니다.

 


 

단 한 번 침묵하지 않을 수 없던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 때입니다.

"너는 누구인가?"

 


 

 

 

내게 침묵을 주십시오.

그리하면 나는 밤을 견디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의미는

그가 성취한 것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가 그토록

성취하고자 하는 열망 속에 있습니다.

 


 

여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천제를 해부해 보고자 하는 사람,

또는

침묵의 신비를 풀고자 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밤의 꿈에서 깨어나

아침 식탁에 앉으려는 사람입니다.

 


 

 

만약 그대가 아름다움을 노래한다면,

비록 사막 한가운데 홀로 있다 하여도

들어주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이팅게일이 사랑의 노래를 부를 때는

가시로 제 가슴을 찌른다고.

 

우리네 인간도 그러합니다.

그러지 않고 우리들이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습니까?

 


 

나의 마음이 깨어지지 않고서

어떻게 열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종종 우리의 미래를 팔아

어제의 빚을 갚곤 합니다.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람은

타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반쯤 죄의식을 나누어 느낄 줄을 아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인간은 자기 방어를 위하여

자살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학자와 시인 사이에는

푸른 초원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학자가 이 들판을 가로지르면

현자가 되고,

시인이 이 초원을 가로지르면

예언자가 될 것입니다.

 


 

질투는 침묵 속에서도 너무나 시끄럽습니다.

 


 

스컹크가 장미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빨리 뛸 수 있나 보렴.

너는 걸을 수도 길 수도 없는데 말이야."

그러자 장미가 스컹크에게 말했습니다.

"가장 훌륭한 달리기 선수여,

제발 빨리 달아나 버려라."

 


 

오래도록,

그대는 어머니의 잠 속에 깃든 꿈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대를 낳기 위해

그 깊은 잠에서 깨어나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빈 손을 내밀었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다면 참으로 비참한 일입니다.

그러나 내가 가득 찬 손을 내밀었음에도

아무도 받는 이가 없다면

그것은 절망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나지막한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그러면 당신은 

영혼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듣지 못하셨나요?

그러면 눈을 감고 다시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그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댓글0